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감독 ㅣ 다니엘 쉐이너트, 다니엘 콴

 
이게 도대체 무슨 영화일까? 처음 30분간 끝없이 들었던 생각이다. 친구들이 전해주는 스포일러가 무척 긍정적이고, 감동적이었던 탓에 나는 이 영화가 평범한 가족 힐링물일 거라고 추측했다. 물론 맞긴 한데⋯. 그 스케일이 보편적인 경우에서 많이 벗어나있지 않던가? 

You're very lucky. 一直以来, 你的妈对你找女朋友一直很open了。

다행인 줄 알아. 여자랑 사귀는 거 이해하는 엄마를 둬서. 

 
아예 못 들은 걸로 치부 당하는 경험보다야 낫지만, 이때 에블린은 진심으로 조이의 정체성을 긍정하지는 않았다. 고 생각한다. 조이의 할아버지에게 조이의 여자친구 베키를 그저 친한 친구라며 소개했기 때문에.
 
신년파티가 예정되어있는 세탁소. 조이는 신년 파티가 시작되기도 전에 세탁소를 떠난다. 에블린은 떠나는 조이를 따라가 마지막까지 잔소리를 하는데 이후 울음을 참지 못하는 조이의 모습에 많이 공감했다. 모든 불화는 소통의 부재로부터 발생한다. 대화 좀 해 찐따들아 가 5년 넘도록 명언이라 칭송받는 이유다. 모든 우주의 에블린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조이를 상처 줬던 건지, 아니면 운명의 인과가 그렇게 설정되어 있던 건지. 특정 우주에서, 에블린에게 학대당한 조이는 정신이 분열하여 모든 우주의 자신이 될 수 있었다. 그런 조이의 힘이 너무 강력해진 나머지 범우주적인 관점에서 악한 것, 처치의 대상으로 규정되고 말았다. 사춘기의 비유적 표현인 걸까? 싶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이건 특정한 개념으로 확립시키라고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가 아님을 깨달았다.

I know you. Every passing moment, you feel you might miss changing something of your life.
Every rejection, every disappointment has led you here, to this moment.
Don't let anything distract you from it.

난 당신을 알아. 늘 뭔가 이룰 기회를 놓쳤을까 전전긍긍하지.
그 모든 거절과, 그 모든 실망이 당신을 여기로 이끌었어. 이 순간으로.
그것만은 잊으면 안 돼.

Right is a small box invented by people who are afraid.

옳음은 두려워하는 자들이 만들어낸 좁은 상자야.

Small, stupid humans. It's like our whole deal.

하찮고 어리석은 존재, 그게 바로 인간이야.

 
원래 좋은 대사가 있으면 빠짐없이 아카이빙하는데 에에올은 후반부 30분이 한 장면도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어서 그냥 기록을 포기했다. 콘서트에서 휴대폰을 내려놓은 관람객의 마음으로.
 
<온 세계가 너를 적으로 돌린다면~> 이라는 패러디가 최근 유행했다. 에블린은 그런 상황에서도 딸인 조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에블린 앞에 선 조이의 화장은,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눈가 주변이 빨갛게 번진 모습이었다. 마치 우는 사람처럼. 그 많은 우주를 떠다니며 조이가 바랐던 것은 복수도 아니고 어떤 결실을 이뤄내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자신을 이해해 줄 에블린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함께 죽는 것이었다. 이 우주는 조이에게 너무 가혹했으니까. 에블린은 그런 조이를 붙잡는다. 남편인 웨이먼드가 다정을 알려준 덕분이다. 에블린은 조이에게 소멸의 끝에서도 기꺼이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한다. 수많은 우주에서의 에블린이 수많은 인연들에게 화해를 건넨다. 이해를 나눈다. 내가 변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의 우주를 변화시킬 수 있다. 기꺼이 함께 일 수 있다.
 
에블린은 웨이먼드와 만나지 않은 우주의 자신이 무척이나 멋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 우주의 에블린도 웨이먼드를 사랑하게 된다. 모든 나는 나이므로. 알파 우주를 두려움에 빠트렸던 조부 투파키가 사라지지 않았음에도 일상은 제자리를 찾는다. 에블린네 가족은 국세청을 방문하고 영수증을 제출한다. 그렇게 우주는, 삶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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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우주의 나를 불러오기 위해서는 일상의 관성을 이겨내는 특이한 행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 일은 쉬울 수도 있고, 무척 어려울 수도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라는 거다. 영화에서 알파인들은 인생의 선택지에 따라 수많은 우주가 생성된다고 말한다. 나 또한 내일부터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일들을 해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 밉게만 보이던 직장 동료에게 커피를 한 잔 사주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