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ittle Life

 
종종 타인의 삶을 훔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 자체의 지위나 외모, 혹은 주변 환경이 탐난다기보다는 단지 나와 다른 인간의 시점에서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호기심 때문이다. 모든 책, 소설, 만화, 드라마, 영화는 달리 보면 삶에 대한 기록이자 재현이다. 어떤 거대한 사건도 그 장소에 존재하는 수많은 존재의 삶을 집합시켜 놓은 것이므로, 내가 인간으로 존재하는 이상 남의 이야기는 결코 배제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3년은 진흙탕 연못에서 둑에서 둑으로 동동 떠다니며 보냈다. 머리 위에 우거진 나무들이 빛을 가리는 바람에 사방이 너무 캄캄해서 그가 있는 이 연못이 강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꽉 막혀 있는 조그만 세상이어서 존재하지도 않는 출구를 더듬더듬 찾아 헤매며 몇 년을, 수십 년을, 평생을 여기서 보내게 될지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나는 주드의 삶을 훔쳐 살 수는 없었지만, 주드의 삶을 훔쳐볼 수는 있었다. 저자는 책의 초반을 지나 내가 주드와 정이 들어가던 순간, 그가 강간당하는 시간대의 관조자로 나를 밀어넣었다. 끔찍하다거나 구역질이 난다거나 하는 거창한 감상은 없었지만, 적잖이 불쾌함을 느꼈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 저자의 의도였을 것이다. 어떤 특성은 쉽게 약점이 되기도 하지만, 연민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만큼 강렬한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아무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정말로 듣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그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 뿐이었다.

 
지난 날 휘난새가 대화는 발화의 수단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누군가를 알면 알수록 더 사랑하게 된다는 말을 믿는다. 책의 마지막으로 달려가는 동안, 읽어낸 페이지 수만큼 나는 주드에게 더욱 애틋한 감정을 품게 되었고, 그의 고통이 반복될 때마다 더욱 깊이 동화되었다.
 
100년이나 되는 시간을 살아가면서 정작 마지막 순간까지 연락하는 친구가 존재하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될까. 고독사가 해마다 증가하는 이 나라에서 진정으로 남의 삶을 지켜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상대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누구든 남의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이 궁금해진다면, 그때부터 관계는 시작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주드의 아픔에 똑같이 고통받았다면 그들 역시 주드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타인으로 하여금 고통을 나눠받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