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뜻대로안되는하루하루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오로지 그 난제에 몰두하며 외부의 모든 요소를 배제하는 태도는 유년 시절부터 아빠으로부터 물려받은 성향일 것이다 평소 아빠가 동일한 방식으로 어떤 사안에 전념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러한 태도가 강렬한 집중력의 표상으로 느껴져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곤 하였는데 이상하게도 나에게서 그러한 태도가 발현될 때면 이는 효율성을 상실한 미련한 고집으로만 보였다 

어쩌면 이는 나 자신에게 지나치게 박한 기준을 적용하는 자아와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내 안에는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지니는 자아 존중감의 흥미로운 왜곡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는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냉혹한 평가를 내리면서도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무한히 포용적인 태도로 드러난다 나의 실패나 실수는 곧 삶 전체의 무능을 입증하는 심판과 같지만 타인의 유사한 상황은 이해와 동정의 대상일 뿐 아니라 심지어 아름다운 인간적 결함으로조차 비친다

이처럼 왜곡된 자기 인식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증명해야 할 어떤 것 곧 무가치하지 않다는 사실을 향해 비효율적인 에너지를 쏟는다 마치 실낱같은 실패조차 자신을 더 낮은 곳으로 밀어넣는 증거가 되는 듯 타인의 격려나 인정은 얕고 부유한 거품처럼 금세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그 반면 타인의 고난이나 부족함은 놀라울 정도로 풍성하게 평가되며 나 자신을 기꺼이 그것의 이해자로 자리매김시키는 이 기묘한 대조가 삶 전체의 균형을 더 큰 편향으로 기울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아마도 이러한 특성은 타인을 통한 자신의 존재 확인이라는 구조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르겠다 타인을 극진히 존중함으로써 자신의 낮은 자리를 역으로 강조하고 그 자리에 서 있는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무의식적인 방어 기제가 아닐까 그러면서도 머릿속 깊은 곳에는 그럴수록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적인 요구가 숨겨져 있으니 자기 자신과의 불화가 잠시도 멈추지 않는 이 내적 긴장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응어리가 된다